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치과 진료실에서는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진단, 치료 계획 수립, 환자 교육 등 임상 진료의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이 확대되었다. 필름 카메라는 현상과 보관, 장기 보관 시 품질 저하 문제가 있었지만, 디지털 방식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며 결과물의 저장, 편집, 공유를 용이하게 만들어 많은 전문의료인들이 선택하고 있다.1,2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치과 진료에 디지털 카메라가 도입되기 시작하여, 주로 환자 교육, 치료 전후 기록, 진단 보조 도구로 사용되었던 바 있다.3-5 2000년대 초반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치과에서의 디지털 카메라 사용은 크게 증가하고 다양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일반 치과의사의 36%만이 임상 사진을 사용했으며, 그 중 65%는 기존의 35mm 필름 카메라를, 18%만이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했었다.6 반면 2010년 영국의 연구에서는 48%의 치과의사가 임상 사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59%가 디지털 카메라를, 34%가 35 mm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7
이러한 추세는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2015년 불가리아의 연구에서는 32.28%의 치과의사가 임상 사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2019년 스위스의 연구에서는 84.84%의 응답자가 임상 진료에서 사진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8,9 특히 스위스 연구에서는 51.79%가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 Digital Single-Lens Reflex)를, 44.05%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최근의 연구들에서도 DSLR과 스마트폰의 높은 활용도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2022년 루마니아의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84%가 임상 진료에서 사진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10 특히 경력 10년 이상의 치과의사들은 DSLR 카메라(65.52%)를 선호한 반면, 5년 미만 경력자들은 스마트폰(56.42%)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86%가 치과 진료에서 디지털 사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90%가 사진 촬영이 치과 진료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믿는다고 응답한 바 있다.11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지난 20여 년간 치과 진료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사용이 보편화되었음을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는 미러리스 카메라(Mirrorless camera)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사용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10-22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보급형 장비의 대중화, 그리고 임상 사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치과에서의 디지털 사진 활용은 끊임없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23 치과 임상에서 디지털 사진은 이미 치료 과정 및 결과의 기록, 진단 및 치료 계획 수립, 환자 교육과 의사소통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11,24 특히 보존 수복과 보철 치료 분야에서는 치아 색조 선택을 위한 도구로 디지털 카메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1,25
한편 전통적인 시각적 색조 선택 방법은 주관적이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26,27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나 비색계(Colorimeter)같은 기기를 이용한 객관적인 색조 측정 방법이 개발되었으나, 다소 작은 측정 영역으로 실용성에 제약이 따랐다.28,29 반면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색조 선택은 치아 전체의 색상과 질감을 포함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30 그러나 구강 촬영은 불안정한 조명 조건, 구강 구조물에 의한 그림자, 치아의 곡면과 반투명한 특성 등의 한계점으로 인하여 정확한 색상 재현을 어렵게 만든다.31,32 본 종설에서는 치과 임상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활용을 위한 배경을 검토하고, 특히 치아 색조 촬영 방법과 저장 형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색조 선택은 심미 치과 치료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33 전통적으로 직접적인 시각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이는 여러 색상 표현 시스템과 색상 견본(색본, shade guide)을 기반으로 한다.31 이러한 시각적 색조 선택 방법은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특성을 가지며, 임상 진료실 현장에서 술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색본에 의지한 인지 구분을 통해 보다 정확한 색상을 찾아가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의 기준을 제공한다.34
색채 과학의 발전은 치과 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05년 Albert Munsell에 의해 개발된 Munsell 색체계는 색상(hue), 명도(value), 채도(chroma)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명확하게 정의하여, 사용자에게 색상의 표준화된 표현을 제공한 바 있다.35
1931년 Clark는 Munsell 색체계를 기반으로 치아 색상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시도했다.35-37 그는 Jones Hue scale을 활용하여 2.5 mm 도재 샘플로 초기 색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아 형태의 임상용 색본을 제작했다.38 이 색본을 사용해 1,000명 환자의 치아 색상을 채득한 후, 채득된 색상에 해당하는 포셀린 샘플을 5,900 K 표준광원 하에서 Munsell 시스템으로 분석했다. Clark의 관찰에 따르면 자연치의 색상 범위는 주로 노란색(Yellow), 일부 황적색(Yellow-Red)에 위치하고, Munsell 표색계에서 6YR4/0에서 9.3Y8/7 사이에 위치한다.39
1967년 Hayashi는 일본 색채 연구소에서 역시 Munsell 색체계를 기반으로 125개의 균등 분포된 색상 탭을 사용하는 치과용 색상 선택 시스템을 개발하였다.40 Hayashi의 색상 견본은 세 가지 색속성을 체계적으로 배분하여, 8.75YR에서 3.75Y사이 1.25 간격의 5가지 색상, 6/에서 8/까지 0.5 간격의 5가지 명도, 그리고 /1에서 /5까지 1단위 간격의 5가지 채도가 적용된 불투명 종이 샘플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Hayashi는 정상 치아의 색을 지닌 것으로 확인한 성인 68명과 어린이 13명, 총 81개의 치아를 비교 조사해서, 자연치아의 색상 범위가 대략 8.75YR6/1에서 3.75Y8/5 사이에 분포함을 보고하였다.39 Hayashi의 색상 견본은 치아 색상의 정밀한 분류와 선택에 참고할 수 있으며, 색 공간에서의 위상을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당시로서 혁신적이었던 방법이었으나, 그의 치아 관찰 표본은 다소 좁은 색상 구간에 모여 있었다.41
1973년 Sproull의 연구에 이르러 치과 색상을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기초가 마련되었다.39,42 그는 분광광도계를 사용하여 자연치아를 측정해 7.5YR5.8/1.5 에서 2.7Y8.5/5.6 사이 값을 보고하였다. 당시 상용색본도 함께 측정해, 색상 견본 치아가 색 공간에서 논리적인 순서나 체계적 배열이 없으며, 특정 색 공간에 군집 되거나, 다른 영역에 공백이 있으며, 필요한 색 공간 체적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색상 견본이 3차원 색공간에 논리적으로 배열되어야 하며, 자연 치아의 색상 범위를 충분히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색선별에 있어 명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이에 따라 세밀한 명도 구분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특히 도재 착색제는 5개의 명도 선택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76년 국제조명위원회(CIE, Commission internationale de l’éclairage)는 CIE Lab* 색체계(CIELAB)를 제정하였다. 1931년 발표한 CIEXYZ 색공간을 인간의 인지 능력에 맞게 왜곡하여 보다 실용적인 CIELAB을 고안하였다. 그간 색상 견본들이 시각적 직관성을 높이는데 집중해 대부분 Munsell 색공간을 토대로 평가된 반면, CIELAB은 기술적 측정과 인지 보정을 결합하여 보다 과학적인 색본의 개발의 기초가 되었다. 1998년 비로소 VITA Zahnfabrik가 CIELAB 색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Sproull 연구의 제안을 반영해 5개로 마련된 명도를 처음으로 선택하도록 체계적으로 배열해, 색상 간의 간격을 개선하고, 자연치아의 색상 범위를 포괄한 Vitapan 3D-Master (VITA Zahnfabrik, Bad Sackingen, Germany)를 출시하였다.43-45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1956년 VITA Zahnfabrik에 의해 개발된 Vita Lumin Vacumm (VITA Zahnfabrik, 현재 VITA classical A1-D4)의 체계가 여전히 치과임상에서 사용되는 것은 색상 선택에 있어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A1-A4 (적갈색), B1-B4 (적황색), C1-C4 (회색), D2-D4 (적회색)으로 구분되는 VITA classical A1-D4의 단순한 시스템은 출시 이후 많은 치과 임상가들에게 색 기준으로 선택 받고 있다.26,46
현대 산업과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삼원색설(Trichromatic theory)의 과학적 토대는 19세기 중반부터 마련되었다. 1802년 Young이 제안한 삼원색설은 인간의 눈에 세 가지 유형의 광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이론이었으며 모든 색상이 적, 녹, 청의 세 가지 기본 색상의 조합으로 인식된다는 개념의 시초가 되었다.47 1850년대 Helmholtz가 실험적 방법과 수학적 접근을 통해 색채 지각을 체계화해 Young-Helmholtz 이론으로 발전하였고, 1861년 Maxwell은 이를 선형대수학을 활용한 증명으로 제시했다.48 Young-Helmholtz 모델에서는 인간 망막의 세 종류 원추세포가 특정 파장대에서 최대 반응을 보이는데, 장파장(558 - 599 nm), 중파장(531 - 555 nm), 단파장(430 - 446 nm)에 해당하는 빨강, 초록, 파랑이 주된 색상이다.49 이러한 삼원색설은 색채 지각의 생리학적 기전을 설명하는 기초가 되며, 이는 치의학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의 색재현 모델 기반이 되었다.50
Young-Helmholtz의 삼원색설이 정립된 이후, Helmholtz는 색의 혼합에서 빛을 직접 혼합하는 ‘가산혼합’과 안료를 혼합하는 ‘감산혼합’의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51 가산혼합은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이 망막의 원추세포를 자극하여 색을 인식하게 하는 방식이며, 감산혼합은 물체가 특정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Maxwell은 정량적 실험을 통해 가산혼합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으며, Schrödinger는 1920년 이상적 안료의 개념을 도입하여 감산혼합에서 나타나는 색의 밝기와 순도의 관계를 설명했다.52,53 이러한 이론적 토대는 현대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인쇄 기술에서 색상을 재현하는 기본 원리가 된다.
이러한 생리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빛의 삼원색인 빨강(Red, R), 초록(Green, G), 파랑(Blue, B)이 망막의 원추세포를 자극하여 색을 인식하게 하는 가산혼합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빨간빛과 초록빛이 혼합되면 노란색으로 보이는데, 이는 망막의 장파장과 중파장 원추세포가 동시에 자극되기 때문이다. 초록빛과 파란빛의 혼합은 청록색을 만들어내며, 파란빛과 빨간빛의 혼합은 자홍색을 만든다. 이때 자홍색은 스펙트럼상에 존재하지 않는 색으로, 망막의 장파장과 단파장 원추세포가 자극될 때 뇌가 만들어내는 색감이다. 세 가지 빛이 모두 혼합되면 백색광이 된다.
반면 감산혼합은 물체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나머지를 반사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청록(Cyan, C) 색료는 빨간빛을 흡수하고 초록빛과 파란빛을 반사하며, 자홍(Magenta, M) 색료는 초록빛을 흡수하고 빨간빛과 파란빛을 반사한다. 노랑(Yellow, Y) 색료는 파란빛을 흡수하고 빨간빛과 초록빛을 반사한다. 따라서 청록과 자홍을 겹치면 파란빛만 반사되어 파란색으로 보이고, 자홍과 노랑을 겹치면 빨간색이 되며, 청록과 노랑을 겹치면 초록색이 된다. 이론적으로 세 가지 색료를 모두 겹치면 모든 가시광선을 흡수해 검정색이 된다.
가산혼합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RGB)과 감산혼합의 삼원색인 청록, 자홍, 노랑(CMY)은 서로 보색 관계에 있다. 이는 각 CMY 색료가 RGB 빛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록은 빨간빛을 흡수하고 초록빛과 파란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있어 빨강의 보색이 되며, 자홍은 초록의, 노랑은 파랑의 보색이 된다. 이러한 보색 관계는 Schrödinger가 제안한 이상적 안료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상적 안료는 특정 파장 영역에서는 완전히 빛을 투과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완전히 흡수하는 특성을 가진다.53 이러한 상보 관계에 따라 RGB는 디스플레이와 같은 발광체에서, CMY는 잉크나 물감과 같은 반사체에 사용된다.
RGB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색을 구현하는 가산혼합 방식이며, CMYK 시스템은 인쇄에서 사용되는 감산혼합 방식이다. RGB 시스템에서는 모니터의 각 픽셀이 빨강(R), 초록(G), 파랑(B)의 발광 소자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의 밝기를 조절해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 반면 CMYK 시스템에서는 흰 종이에 청록(C), 자홍(M), 노랑(Y)의 잉크를 겹쳐 원하는 색을 만든다. 예를 들어 청록 잉크는 빨간빛을 흡수하고 초록빛과 파란빛을 반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세 가지 색을 모두 혼합해도 완벽한 검정을 만들기 어려워 검정(Key black) 잉크를 추가로 사용한다. 이러한 두 시스템은 각각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인쇄 산업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54
RGB와 CMYK 색상 모델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색상을 수치적으로 표현한다. RGB 색상의 각 원색을 0부터 255까지의 8비트 값으로 표현하면 약 1,670만 가지의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CMYK는 각 색상을 0부터 100%까지의 백분율로 표현하여 약 1,000만 가지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RGB와 CMYK 방식은 모두 색상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지만, 사람이 색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새로운 색상 모델들이 개발되었다.
HSL (Hue, Saturation, Lightness) 모델은 앞선 삼색 이론 모델의 직관적이지 않은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1974년경 Stanford Research Institute (SRI)에서 제안하였다. HSL은 RGB 색상을 정규화하여 만든 삼각형 모델로, 색상(H)은 삼각형 둘레의 각도로, 채도(S)는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로, 밝기(L)는 RGB 값들의 가중 평균으로 계산된다. 이 모델은 일반적으로 쌍원뿔 형태로 시각화되며, 중간 밝기에서는 가장 넓은 부분을 형성하고, 밝기(L)가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져 끝아 뾰쪽한 형태를 가진다. 이러한 HSL의 설계는 RGB를 보다 인간의 시각적 인식에 가깝도록 구성하여, 색의 명암과 색조를 구분하는 데 유용했다.
1978년 Alvy Ray Smith는 컴퓨터 그래픽에서 RGB 색상을 보다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HSV/HSB (Hue, Saturation, Value/Brightness) 모델을 제시했다.55 이는 RGB 큐브를 회색축을 따라 투영하여 만든 육각형 디스크들이 쌓여 통상 원뿔 형태로 설명하는데, 이 원뿔은 명도(V/B)가 증가할수록 원의 크기가 커지는 방식으로, 꼭짓점이 검은색이고 원의 바닥은 흰색으로 정의된다(Fig. 1). 명도(V/B)는 단순히 RGB 값 중 최댓값으로 정의되며, 색상은 각 명도(V/B) 높이에서 원의 둘레를 따라 위치하고, 채도(S)는 회색축에서의 상대적 거리로 측정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색상은 명도의 변화에 따라 흰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한 밝기로 표현될 수 있으며, 채도는 순수한 색에서 회색까지의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RGB 색상 공간을 기반으로 하지만, 밝기를 다루는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HSL은 RGB 값들의 평균으로 계산된 밝기(L)를 기준으로 균형 잡힌 색상 표현을 제공하는 반면, HSV/HSB는 RGB 값 중 최댓값을 명도(V)로 사용하여 실제 색상과 대비 조정에 더 직관적으로 사용된다. HSL이 밝기 50%에서 순수한 색상이 최대로 표현되는 반면, HSV/HSB는 명도가 0이면 항상 검정색, 명도가 100%이면서 채도(S)가 0이면 항상 흰색이 되어 색상을 쉽게 예측하고 선택할 수 있다. 또한 HSV는 삼각함수 계산이 필요 없는 빠른 변환 알고리즘을 제공하여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그래픽 소프트웨어에 유용했다. 이러한 RGB 변환 모델들은 디지털 디자이너가 보다 직관적으로 색을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며, 컴퓨터 그래픽스와 이미지 처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RGB 기반의 색상 모델들은 직관적인 색상 선택과 조정이 가능하고,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한 쉬운 조작성을 제공하며, 단순한 계산으로도 원하는 색상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HSL과 HSV는 색상, 채도, 밝기/명도의 개념이 인간의 색상 인지 방식과 유사하여 작업 과정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장점은 치과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RGB 색체계는 계산이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복잡한 변환 과정 없이 이미지의 기본 특성을 바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치아의 주된 색상인 황색과 그 보색인 청색 간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Blue 채널이 명도 파라미터보다 더 민감한 치아 밝기 지표로 선택되기도 한다.56 치과의사가 특별한 전문장비 없이도 기존의 촬영 장비와 컴퓨터를 활용하여 쉽고 빠르게 색상을 분석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으로 인해, RGB 기반 색상 모델은 향후 치과 현장에서 보다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Spectrophotometer와 Colorimeter같은 색상 측정 기기들은 치의학 연구에서 치아 색상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Spectrophotometer는 가시광선 스펙트럼에서 1 - 25 nm 간격으로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 에너지를 측정한다. 측정된 분광 반사율을 CIEXYZ, CIELAB 와 같은 색좌표로 변환하고 정확한 치아 색조 값을 제공할 수 있다. Colorimeter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빨강(R), 초록(G), 파랑(B) 영역으로 필터링하여 CIEXYZ를 측정하고 이를 CIELAB 값으로 변환한다. 두 기기 모두 임상적으로 유용하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Spectrophotometer는 더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지만 고가이며, colorimeter는 사용이 간편하고 작은 색상 차이 감지에 적합하지만 필터의 노후화로 인한 정확도 저하와 측정값의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임상의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기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이미징을 이용한 비접촉식 색상 측정 방법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의 RGB 값을 CIEXYZ나 CIELAB 값으로 변환하여 색상을 분석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비접촉 측정이 가능하고, 치아 전체 표면을 평가할 수 있으며, 반투명성이나 표면 곡률로 인한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영구적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가능하고 사용이 간편하다. 적절한 조명 조건과 카메라 설정을 사용할 경우, 디지털 이미징은 colorimeter의 대안으로 추천되고 있다.57 그러나 치과용 임상사진을 촬영할 때, 치아의 법랑질 표면이 빛을 강하게 반사해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플래시 사용 시 발생하는 정반사와 산란은 치아 표면의 결함이나 특성을 정확히 관찰하는 것을 방해하고 반사된 빛이 치아 표면의 색상 정보를 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디지털 카메라를 통한 교차편광(Cross polarizing) 촬영은 이러한 표면 반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더 정확한 진단과 기록을 가능하게 한다.58
교차편광 촬영은 빛의 편광 원리를 이용한다. 자연광은 다양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파동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편광 필터는 특정 방향의 진동만을 통과시킨다. 교차편광 시스템은 광원 앞의 편광 필터와 렌즈 앞의 편광 필터를 서로 90도로 교차 배치하여 표면 반사를 제거한다. 교차편광 촬영을 위해서는 상용화된 링 플래시용 편광 필터나 양측 플래시에 각각 편광 필터를 장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편광 필터 사용 시 노출이 약 4스톱 감소하여 빛이 통과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며, 뷰파인더가 어두워져 초점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촬영된 이미지는 표면 반사가 제거되어 수중 촬영처럼 보이거나 법랑질이 제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며 오히려 법랑질 결함이나 특성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치과 디지털 사진에서는 촬영 시 색보정 타깃(Color reference target)을 포함시켜 보정하면 더욱 정확한 색상 평가가 가능하다. 색보정 타깃에는 중성 회색을 이용한 표준 그레이카드(Gray reference card)와 다양한 색상 패치로 구성된 색재현 차트(Color rendition chart)가 있다. 이러한 색보정 타깃들은 알려진 표준 색상값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 이미지의 색상을 보정하는 기준점으로 활용된다. 특히 이는 치과용 디퓨저나 편광 필터 사용 시 발생하는 색상 왜곡을 효과적으로 보정할 수 있다.
보다 최근의 표준 그레이카드는 L* = 75, a* = 0, b* = 0의 정확한 CIELAB 값을 가진 회색이다(Fig. 2).59 그레이카드를 이용한 색보정은 RAW 파일의 화이트밸런스(white balance)와 노출(exposure) 보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Adobe Photoshop (Adobe Inc., San Jose, USA)이나 Adobe Lightroom (Adobe Inc.)과 같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색상 선택 도구로 그레이카드 영역을 선택하여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a값과 b값을 0 (± 0.5)에 가깝게 중성화한다. 다음으로 그레이카드 영역의 L*값이 75에 가까워지도록 노출을 조정한다.
색재현 차트는 18개의 자연색상과 6개의 그레이 스케일로 구성된 24개의 색상 패치를 포함하고 있다.60 촬영 시에는 환자의 턱 아래에 위치시키며 치아와 동일한 조명 조건에서 노출되도록 한다. ISO-100으로 설정하고 편광필터를 사용하여 치아 표면의 반사를 제거하는 것이 권장된다. 촬영된 RAW 이미지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색재현 차트의 색상 패치를 기준으로 자동 색보정을 수행하며, 각 환자별로 고유한 카메라 프로필이 생성되어 일관된 색상 재현이 가능하다.
두 표준 색보정 타깃은 각각의 특성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카드는 주로 화이트 밸런스 조절에 사용된다. 촬영 후 조건에 따른 색 변화를 최소화하고 중립적인 색 기준점을 설정해 색상을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레이카드는 색 정확도를 평가하기보다는 톤과 노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둔다. 색재현 차트는 다양한 색상 패치를 포함하고 있어, 사진과 영상의 색상 프로파일을 만들고 정밀한 색 교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전체 색 스펙트럼의 정확성을 평가하고 조정할 수 있어, 실생활의 색상을 보다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임상 기록에는 그레이카드를, 보철물 제작이나 심미 수복과 같이 정확한 색상 재현이 필요한 경우에는 색재현 차트의 사용이 권장된다.
디지털 이미지의 저장 형식은 색조 전달의 품질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RAW 형식은 이미지 센서에서 캡처한 모든 정보를 원본 그대로 보존하여 최대한의 화질과 색조 표현이 가능하다. 이는 JPEG 등 압축 포맷에서 발생하는 색상 정보의 손실을 방지하며, 후처리 과정에서 노출, 화이트 밸런스, 콘트라스트 등의 파라미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 특히 RAW 형식의 비파괴적 편집 특성은 원본 데이터를 보존하면서 모든 편집 기록을 메타데이터로 저장하여 언제든 원본 상태로의 복구가 가능하다.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들은 각자의 독자적인 RAW 포맷을 개발하여 사용한다. 소니의 ARW, 니콘의 NEF, 캐논의 CR2/CR3 등이 대표적이며 14비트 컬러 데이터를 저장한다. 제조사마다 RAW를 저장하는 형식이 다른 이유는 각 제조사의 이미지 센서와 처리 엔진의 특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중형 카메라 분야에서는 핫셀블라드의 3FR, 페이즈원의 IIQ 등이 16비트 컬러 데이터를 저장하여 더욱 정교한 색조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RAW 데이터의 가공 과정은 디지털 현상(Digital development) 또는 포스트 프로세싱(Post processing)이라 칭하며, 이는 전통적 암실 작업의 디지털 버전에 해당한다. Adobe Lightroom (Adobe Inc.), Capture One (Phase One A/S, Copenhagen, Denmark), DxO PhotoLab (DxO Labs, Paris, France) 등의 전문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행되는 이 과정은 색조와 채도의 미세한 조정을 통해 이미지의 표현력을 극대화한다.
최종 출력 단계에서는 JPG (Joint Photographic Experts Group, JPEG)나 HEIF (High Efficiency Image File Format) 형식이 주로 사용된다. 1992년에 개발된 JPG는 높은 호환성을 장점으로 하나, 8비트 컬러 지원이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현대의 고품질 이미지 처리에 제약이 따른다. 특히 14비트 RAW 데이터를 8비트 JPG로 변환할 경우, 색상 그라데이션에서 뚜렷한 계단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Fig. 3).
HEIF는 이러한 제약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10비트 컬러 깊이를 지원하여 약 10억 가지의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으며, HEVC (H.265)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JPG와 동일한 품질에서도 파일 크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무손실 압축을 지원하며, 정교한 색상 관리 시스템으로 풍부한 색조 표현이 가능하고,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High Dynamic Range, HDR) 지원을 통해 높은 명암 대비 표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미지 저장 형식의 발전은 색조 전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지난 20여 년간 치과 임상에서 그 활용도가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치아 색조 선택에 있어 필수적인 도구로 발전해왔다. 전통적인 시각적 색조 선택 방법이 가지고 있던 주관성과 일관성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색채 과학은 Munsell 색체계에서 CIELAB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체계를 개발해왔다. 특히 RGB, HSL, HSV 등의 디지털 색상 모델은 치과 현장에서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색상 분석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색상 측정은 비접촉식으로 치아 전체 표면을 평가할 수 있고, 영구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Cross polarizing 촬영 기법의 도입과 색보정 타깃의 활용은 더욱 정확한 색상 평가를 가능하게 했다. RAW 형식의 이미지 저장과 HEIF와 같은 새로운 이미지 형식의 도입은 더욱 정교한 색조 표현과 전달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치과 임상에서의 색상 측정과 분석은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심미 치과 치료의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이에 따른 임상가들의 디지털 촬영 기술 습득과 교육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치과 임상가들은 디지털 카메라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 논문은 2023년도 (주)덴티움의 재원으로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발전기금 프로그램으로 지원되었음.